미끄럼틀에서 활짝, 도넛 그림 앞에서 손가락 쭉 — 놀이방에서 보낸 하루
오늘은 실내 놀이방에서 한참을 놀았습니다.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놀이집에 쏙 들어가더니,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는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웃네요. 이가 이렇게 많이 났나 싶을 만큼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, 하루 종일 쌓인 피곤이 그냥 녹습니다. 미끄럼틀을 몇 번이나 오르내렸는지 모르겠어요. 오르고, 내려오고, 또 오르고. 이 시기 아이들은 같은 놀이를 지치지도 않고 반복하죠. 저는 옆에서 손만 살짝 받쳐 주는데도, 스스로 올라갔다는 게 그렇게 뿌듯한 모양입니다.


한참 놀다가 작은 가방을 메어 봤습니다. 어깨에 끈을 걸치고는 배 앞으로 내려온 끈을 진지하게 내려다보네요. "이게 뭐지?" 하는 얼굴이에요. 아직 가방을 메고 어디를 간다는 개념은 없지만, 무언가를 몸에 걸치고 스스로 챙기는 흉내를 내는 게 요즘 부쩍 늘었습니다. 어른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 하고 싶은 시기인가 봐요. 뒤로는 곰 인형이며 장난감 악기며,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놓여 있었는데도 가방 끈에 한참 빠져 있었습니다.
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 장면이었어요. 벽에 붙은 커다란 빵집 그림 앞에서, 도넛을 향해 손가락을 쭉 뻗고는 입을 오물오물 뭐라 뭐라 하더라고요. "빵!"이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, "맘마" 같기도 하고요. 요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는 걸 표현하는 게 부쩍 늘었습니다. 원하는 것, 아는 것을 이렇게 콕 짚어 알려 주는 것도 이 무렵의 소통이죠. 사진 속 그림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, 저도 옆에서 같이 "우와, 도넛이다" 하고 맞장구를 쳐 줬습니다.
미끄럼틀에서 웃고, 가방을 메 보고, 그림을 가리키며 종알거리고.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하루지만, 돌아보면 하나하나가 다 처음이고 다 자라는 중입니다. 이런 날은 사진으로 남겨 두길 참 잘했다 싶어요. 오늘도 신나게 논 서후, 밤엔 푹 자겠네요.